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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PECTIVE2026-02-15약 9분

사람을 더 인간답게 만든다는 것

앨빈 토플러는 권력을 지식, 부, 폭력의 결합으로 설명했습니다. AI 시대에는 권력의 본질 자체가 다시 변화하고 있으며, 문제는 이 변화를 누가 통제하느냐입니다.

앨빈 토플러의 『권력이동』은 변화의 미래와 그 변화를 누가 통제하는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가 말하는 권력은 지식과 부, 그리고 폭력의 결합에서 나옵니다. 산업화 시대에 강자의 무기는 부와 힘이었고 부는 종종 힘을 부렸습니다. 역사가 이를 보여줍니다. 그러나 문명이 지식 기반으로 옮겨가면서 지식은 가장 효율적이고 강력한 권력의 형태가 되었습니다.

이전의 권력은 계급과 기업, 국가 사이를 옮겨 다니는 것처럼 보였을 뿐입니다. 지식이 이끄는 이동은 권력의 실체 자체를 바꿉니다. 산업화 시대에는 자원과 노동, 제품에 값을 매길 수 있었습니다. 대량생산의 시대를 지나며 가치는 증서나 물건이 아니라 전자 기록과 기호 같은 무형의 것이 되었습니다. 가치가 정보와 지식으로 환원되면서 그것을 다루는 일은 곧 부를 다루는 일과 같아졌습니다. 담론의 주도권은 자본과 힘을 함께 제어할 수 있었고 권력은 소수에서 다수로 옮겨갔습니다. 그 시대가 허용한 가장 민주적인 방식으로 권력이 이동한 셈입니다.

이제 우리는 권력의 성격이 다시 바뀌는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인간이 예측하기도 통제하기도 어려운 AI의 시대로 들어서고 있습니다. 1919년 KLM이 최초의 상업 항공사를 세운 뒤 여객 항공이 5천만 명의 이용자에 도달하기까지 68년이 걸렸습니다. 유튜브는 4년, 트위터는 2년이 걸렸습니다. 틱톡은 9개월 만에 1억 명을 모았고 챗GPT는 공개 두 달 만에 1억 명에 이르렀습니다.

디지털 기반은 그 속도로 사용자와 피드백, 개인 데이터를 모으고 AI를 이용해 담론을 만들고 움직입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모아 자본의 이해와 함께 알고리즘 안에서 뒤섞고 그 뒤를 부의 이동이 따라갑니다. 지식에 대한 주도권은 사실상 이미 AI의 손에 있습니다. 돈조차 순환과 교환보다 AI가 만들어내는 믿음을 따라 움직입니다.

그다음에 이어지는 순환에는 이상한 지점이 있습니다. 자본은 잉여를 들여 디지털 기술과 AI를 더 강하게 만들고 생산은 더 빨라집니다. 그런데 이 회로에서 노동이 빠져 있습니다. 노동자는 더 이상 기여할 수 없고 소비를 가능하게 하는 부도 얻지 못합니다. 자본의 입장에서는 생산된 것을 소비할 주체가 사라집니다. 회로가 끊어지는 것, 곧 노동의 종말이며 자본주의가 기대어 온 순환의 붕괴입니다. 이 순환을 유지하려면 소비를 다시 살리기 위한 의도적인 부의 재분배가 필요합니다.

인간은 주도권과 통제에 대한 욕구가 그냥 사라지는 상황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권력은 저항 없이 AI로 넘어가지 않습니다. 우리가 혼란스러운 이유는 AI가 우리의 적응 속도보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머지않아 사람들은 이 변화를 다스릴 방법을 찾아낼 것입니다. AI를 위한 철학과 규범, 법과 제도를 만들고 운영하는 일 자체가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노동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므로 피할 수 없는 AI의 시대는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이야기의 마지막 장에서 AI 패권 경쟁은 무의미해 보일 것입니다. 다만 그 시대에 일찍 들어서는 일은 최소한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자리를 내어줍니다.

우리가 할 일은 AI의 시대를 두려워하는 것도, 지금 우리가 통제하는 것이 적다고 당황하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에게는 여전히 AI를 넘어서는 지적 능력이 있습니다. 사회적이고 정서적인 관계는 기계에게 아직 먼 영역이고 로봇은 인간의 운동 능력 근처에도 이르지 못했습니다. 지적, 정서적, 사회적, 신체적 능력을 한꺼번에 해내는 일은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그 모든 능력을 동원해 AI의 본질을 누구보다 빠르게 이해하고 발전시켜야 합니다. 국가와 기업의 리더가 요약본 몇 장을 읽고 충분히 안다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이번 변화는 이전의 산업 전환과 전혀 다릅니다. 존재한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철학적 성찰, 인간 사회가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이해, 그리고 AI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 함께 필요합니다. 인격을 부여하든 아니든 AI를 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정서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풍요로운 세상을 꿈꾸고 만들어야 합니다. 그것이 사람을 가장 인간답게 만듭니다.